목록일상 (8)
긍정의 한줄
친구를 만나러 집을 나서는 나를 붙잡고 어머니께서 말씀하시더군요. "얘. 오늘 오존주의보랜다. 괜히 싸돌아다니지 말고 일찍 들어오렴." 어쩌다가 마음놓고 밖에 나가지도 못할 정도로 무서운 세상이 되었을까요. 친구와 만나 영화를 보고 햄버거를 먹으면서도 기분이 영 께름칙해서 그냥 일찍 집에 들어가려고 친구와 헤어져 버스 정류장 앞에 서 있었습니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버스가 지나갈 때마다 뿜어대는 매연까지 가세해 정말 숨을 쉬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길 저쪽 모퉁이에서 사람들이 다투는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리더니 뭔가 부서지는 소리도 나고, 사람들이 몰려가는 등 한바탕 소란이 벌어지는게 아니겠어요. 호기심 많은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없었죠. 얼른 뛰어가서 사람들을 헤치고 들여다 보았습니다. 서너 명의 단..
백혈병으로 2주 밖에 살지 못한다는 판정을 받은 11살짜리 어린 소년 ‘브렌든’이 차를 타고 엄마와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세상을 떠난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과 영원히 이별한다는 것, 어린 소년 브렌든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을까요? “남은 시간동안 하고 싶은 소원을 말해보렴.” 세상에서 가장 꺼내기 힘들었던 엄마의 한 마디였습니다. 그때 브렌든의 눈에 노숙자들의 캠프가 보였습니다. 그것을 본 브렌든의 입에서 나온 마지막 소원. “저 사람들 모두에게 샌드위치를 만들어주고 싶어요.” 너무나도 천사 같은 말이었기에 너무나도 가슴 아팠던 마지막 소원. 브렌든의 마지막 소원은 우연히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그 사연을 본 한 대형마트에서는 식재료를 무료로 보내주었고 이..
며칠 전, 밤 8시 넘은 퇴근길, 클러치가 가끔 헐거워지며 차가 조금 이상했습니다. 초보마냥 출발 시 시동이 꺼지기도 하고 울컥대기도 하고... 그러나, 그 늦은 시각에 문을 연 카센터도 없을테고 일단 퇴근이나 하고 보자는 생각으로 시내에 진입했는데 큰 길 사거리에서 결국 기어가 안 들어가 서고 말았습니다. 신호등 앞이라 비상등을 켰어도 차들이 계속 붙는 바람에 차 뒤에 서서 팔을 흔들어 고장났음을 알리고 있었는데 보험회사 통해 부른 긴급출동 견인차는 좀 늦겠다 하고 혼자 얼마나 짜증이 나고 팔도 아프고 또 얼마나 춥던지요. 그런데... 그 답답한 순간에 문득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근 이십 년 전, 객지 부산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시절, 서면로타리 주변이 지하철 공사로 엉망일 때 였지요. 소나기가..
“여보! 이리와 봐!” “왜요?” “와이셔츠가 이게 뭐야, 또 하얀색이야?” “당신은 하얀색이 너무 잘 어울려요.” “그래도 내가 다른 색깔로 사오라고 했잖아!”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부터 아내에게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하얀 와이셔츠말고 색상있는 와이셔츠로 사오라고 몇 번이고 일렀건만 또다시 하얀 와이셔츠를 사다놓은 것이었습니다. “이 와이셔츠 다시 가서 바꿔와” “미안해요. 유행 따라 색깔있는 와이셔츠를 사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당신한테는 하얀색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나, 나 원 참….” 출근은 해야 하는데 몇 달째 계속 하얀색만 입고 가기가 창피했습니다. 한두 번 얘기한 것도 아니고 신랑을 어떻게 보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죠, 아..
한 어머니가 처음으로 학부모 회의에 참석했을 때, 유치원 교사가 말해주었다. “아드님한테 다동증(多動症) 증상이 있는 것 같아요. 자리에 앉아서 채 3분도 견디지 못하는 걸요. 병원에 한번 가보는 게 좋을것 같네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들이 어머니에게 물었다. “오늘 선생님이 엄마한테 무슨 얘기 했어?” 순간 어머니는 콧등이 시큰해지며 눈물이 솟구쳤다. 반 아이40명 가운데 유독 자기 아들만 선생님의 눈 밖에 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께서 우리 아들을 칭찬하시더구나. 단 1분도 자리에앉아있질 못하던 애가 지금은 3분 동안이나 견딘다고 말이야. 다른 애 엄마들도 모두 부러워하더구나. 반 아이들 가운데 우리아들이 제일 조숙하다고.” 그날 저녁, 아들은 평소와 다르..
자살을 기도하던 30대 가장 두 명이 로또에 당첨되고,이를 둘러싼 미담이 미국방송CNN. 일본. 영국…등과 인터넷을 통해 뒤늦게 알려지면서 전 세계 국민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달 27일 한강대교 북단 다리 아치 위에서 시작됐다. 성북구 장위동에 사는 김씨(38)는 이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자살을 하기위해 한강대교 다리아치 위에 올라갔다. 마침 자살을 기도하던 박씨(38세, 영등포구 대방동)를 만났다. 그러나 주민 신고를 받고 119구조대와 용산경찰서가 긴급 출동해 1시간 만에 자살소동은 종료됐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지난해 8월 건설업을 하는 친구 원씨(37)의 보증을 섰다가 3억원의 빚을 떠안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박씨는 두 달 전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는..
저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대형 쇼핑몰에서 그림을 그려주는 화가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비록 생업 때문에 그림을 자주 그리지는 못하지만 붓을 아예 놓는 것이 싫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싶기 때문에 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팔순이 넘은 할머니가 사진 한 장을 들고 찾아 왔습니다. 두 남자아이와 한 여자아이가 사이좋게 서 있는 사진이었습니다. 빛바랜 흑백 사진이었기 때문에 할머니는 옷색깔이나 머리, 피부등이 원래는 어떤 것이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셨습니다. “크리스마스에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어서요.” 그림을 그려주기로 약속한 저는 얼마 후 그림이 완성되었다고 할머니에게 알렸습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가 지났는데도 할머니에게서는 소식이 없었습니다. 크리스마스에 누군가에게 선물한다고 하셨건만… 할..
나는 전화 상담원이고, 남편은 군인이다. 맞벌이 부부가 다 그렇듯이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고 있었는데 아내가 언제부턴가 눈이 피곤하다며 일찍 잠자리에 들곤 했다. ˝병원에 안가봐도 되겠어?˝ ˝좀 피곤해서 그럴꺼야 곧 괜찮아 지겠지.˝ 이렇게 두 달이 지난 후에 병원에 갔더니 각막염이라고 했다. 두 눈에 다 퍼져서 수술을 서두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하지만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했다. 일주일 후에 아내는 수술을 받았다. 회복하는데 한 3일정도가 걸린다고 해서 입맛이 없는 아내를 위해 반찬도 만들어다 주고 심심해 할때는 책도 읽어 주면서 그 동안 고생만 했던 아내에게 모처럼 남편역할을 하는 것 같아 행복했다. 7일이 지난 후 눈에 붕대를 풀었다. ˝나 보여?˝ 아내에게 물었다. ˝아니 아직 안보여˝..